어쩌다 내몰린 '새벽 배송' 전쟁..1인 가구, 워킹맘 등은 박수치지만
작년 4000억 시장, 3년 만에 40배
인건비·포장비 더 들어 손해지만
'뒤처지면 죽는다' 유통 공룡 가세
또 다른 생존 전략 찾기 안간힘
쇼핑 공룡 활로 찾기
밤 11시 전 주문, 이튿날 아침 식탁에
마켓컬리가 이 분야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 꼽힌다. 스타트업 컬리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마켓컬리는 밤 11시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기존에 없던 새벽 배송 시장을 유행시켰다. 당일 수확한 채소나 과일, 육류와 수산물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 받아 영업소 36곳을 통해 이튿날 새벽 배송한다. 2015년 전체 9만건 정도였던 마켓컬리 샛별배송 주문량은 올해 하루 평균 3만~4만건으로 늘어났다. 회원 수는 올 6월 기준 약 200만 명,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71억원을 기록했다.
격화된 서비스 경쟁에 소비자는 활짝 웃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최근 급증한 1인 가구 소비자나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은 바쁜 아침 요리나 먹거리 고민을 덜어주는 새벽 배송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의 속내는 썩 유쾌하지 않다. 선점 효과를 못 누리는 후발주자들은 물론이고 시장점유율 39.2%를 확보한 마켓컬리마저 수익성 악화로 고심 중이다. 컬리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336억원으로 2015년의 6배로 늘었다.
물류 인프라 구축 투자비도 만만찮아
새벽 배송은 포장비와 운반비가 일반 배송보다 많이 들어 수익성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상하기 쉬운 신선식품이다 보니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고비용 포장재를 투입해야 하며, 늦은 밤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인건비도 주간보다 1.5~2배로 들어서다. 또 직매입부터 냉장·냉동 보관까지 새벽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도 만만찮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은 아직 수도권에 국한돼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쟁 격화로 새벽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다각도로 또 다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