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몰린 '새벽 배송' 전쟁..1인 가구, 워킹맘 등은 박수치지만

2019. 10. 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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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육류·수산물 등 온라인 주문
작년 4000억 시장, 3년 만에 40배
인건비·포장비 더 들어 손해지만
'뒤처지면 죽는다' 유통 공룡 가세
또 다른 생존 전략 찾기 안간힘

쇼핑 공룡 활로 찾기
마켓컬리
치열한 경쟁과 실적 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마주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새벽 배송’이다. 과거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말 그대로 아침 식사 직전인 새벽에 배송 받는 트렌드가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돼서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3년 만에 40배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밤 11시 전 주문, 이튿날 아침 식탁에

마켓컬리가 이 분야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 꼽힌다. 스타트업 컬리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마켓컬리는 밤 11시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기존에 없던 새벽 배송 시장을 유행시켰다. 당일 수확한 채소나 과일, 육류와 수산물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 받아 영업소 36곳을 통해 이튿날 새벽 배송한다. 2015년 전체 9만건 정도였던 마켓컬리 샛별배송 주문량은 올해 하루 평균 3만~4만건으로 늘어났다. 회원 수는 올 6월 기준 약 200만 명,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7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새벽 배송 시장 규모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른 기업들도 ‘뒤처지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새벽 배송에 줄줄이 가세했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가 2017년, GS홈쇼핑의 온라인 쇼핑몰 GS샵이 지난해 각각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롯데슈퍼가, 올 7월 롯데홈쇼핑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 역시 올 6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새벽 배송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적자에도 과감한 투자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쿠팡도 지난해 10월부터 새벽 배송 개념의 ‘로켓프레시’ 서비스에 나섰다. 신선식품 유통 주도권을 조금씩 내줄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새벽 배송에 속속 도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당일 오후 4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새벽식탁’ 서비스를 지난해 7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한술 더 떠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자정까지 배송해주는 야간 배송 서비스를 올 8월 시작했다.

격화된 서비스 경쟁에 소비자는 활짝 웃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최근 급증한 1인 가구 소비자나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은 바쁜 아침 요리나 먹거리 고민을 덜어주는 새벽 배송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의 속내는 썩 유쾌하지 않다. 선점 효과를 못 누리는 후발주자들은 물론이고 시장점유율 39.2%를 확보한 마켓컬리마저 수익성 악화로 고심 중이다. 컬리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336억원으로 2015년의 6배로 늘었다.

물류 인프라 구축 투자비도 만만찮아

새벽 배송은 포장비와 운반비가 일반 배송보다 많이 들어 수익성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상하기 쉬운 신선식품이다 보니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고비용 포장재를 투입해야 하며, 늦은 밤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인건비도 주간보다 1.5~2배로 들어서다. 또 직매입부터 냉장·냉동 보관까지 새벽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도 만만찮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은 아직 수도권에 국한돼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쟁 격화로 새벽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다각도로 또 다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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